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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살인 배터리 조작 납품’ 아리셀 참사, 방산 비리로 수사하라

작성일: 2024-08-29조회: 357

※ 조선미디어그룹, 채널A, 아시아경제, 한국경제, 뉴스타파의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 기자회견 ]

살인 배터리 조작 납품아리셀 참사, 방산 비리로 수사하라

- 일선 부대 곳곳에 배치된 아리셀 납품 전지, 전량 회수 후 대책 강구 해야 -

 

□ 지난 6월 24일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리튬전지 폭발 중대재해 참사로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아리셀의 군납용 리튬전지였으나, 그간 아리셀 참사와 관련한 정부 책임은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에 집중되어 국방부의 책임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제기되었다.

□ 아리셀이 국방부에 납품한 배터리에서 이미 대형참사의 전조가 발생하고 있었음은 여러 보도를 통해 확인되었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이 밝힌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리튬전지 파열사고는 총 31건으로, 이 중 3건은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이 납품한 리튬전지 ‘BA-6853AK’가 파열한 사고였다. 다른 회사가 납품한 동종의 리튬전지까지 범위를 넓히면 폭발사고는 더욱 잦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적으로 매년 9차례 이상 리튬전지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 중 1/3은 단순히 보관 중인 전지가 ‘혼자 폭발’하여 발생한 사고였다. 이미 군에서는 아무런 외부 충격 없이 배터리가 혼자서 폭발하는 안전사고가 매년, 계속 이어지고 있었음에도, 외부에는 폭발사고의 경위와 분석 결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대로 알려지거나 공유된 바가 없었던 것이다.

□ 지난 8월 23일 경기남부경찰청이 발표한 아리셀 참사 수사 결과는 이 참사가 충분히 예견될 수 있었고,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고였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기남부청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아리셀은 2021년부터 사고가 발생한 6월까지 꾸준히 방위사업청을 통해 국방부로 리튬전지를 납품하였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2024년 올해만 하더라도 8월까지 총 34억원 상당, 306,029개의 아리셀 리튬전지가 납품될 예정이었다.

□ 그러나 아리셀은 올해 4월,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에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아 납품이 중단되었고, 5월부터는 매일 지체상금이 부과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6월 납기가 도래하자 억지로 납기를 맞추기 위해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함으로써 제품 불량률과 사고위험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에 이른 것이다. 납기에 쫓겼던 아리셀은 지난 6월 8일 이후부터는 별도 안전성 검증과 발열 전지 선별 작업도 중단하였고, 문제가 있던 발열전지도 모두 양품화 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 더 충격적인 사실은 2021년 최초 납품 시기부터 군납 물량 수검을 통과하기 위해 ‘수검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했다는 점이다. 군에 납품되는 제품은 의무적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검사를 위해 미리 무작위로 선정하여 봉인한 전지를 훼손방지용 서명까지 위조해 바꿔 치는가 하면, 데이터를 눈속임하여 품질검사를 통과하는 중대범죄까지 서슴지 않았다.

□ 경기남부경찰청은 노동자와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위법 행위를 일삼은 아리셀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를 추가로 진행한다고 하였으나, 과연 2021년 최초 납품시기부터 데이터를 조작하여 리튬전지를 납품하고 있던 아리셀이 그 어떠한 도움과 개입 없이 3년간 무사히 ‘눈속임’ 품질검사를 통과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경찰이 수사결과에서도 밝혔듯, 아리셀의 바꿔치기는 본부장 A씨의 지시에 의해 장기간 다수의 관계자들이 공모하여 이루어진 조직적 범죄라는 것을 다수의 증거와 진술을 통해 확인되었다. 특히 시료 바꿔치기 사실이 확인된 결정적 증거는 CCTV와 전자자료인데, CCTV가 감시하고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뻔히 바꿔치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범죄가 공연하고 대담하게 이루어졌고, 이런 일이 꾸준히 이뤄졌었다는 진술은 단순한 업무방해 이상의 군납 비리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 국가를 상대로 제품을 납품할 때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데,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경쟁에 부쳐야 하며 계약의 목적과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제한적으로 인정될 때만 제한경쟁, 참가자 지명경쟁,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아리셀이 최근 군에 납품하기 위해 맺은 계약정보(계약번호 2024H335007, 조달시스템상 계약일자 2024. 1. 4. / 2022H355004, 조달시스템상 계약일자 2022. 1. 11.) 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진행되었는데, 특히 수의계약의 경우에는 납품 비리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다른 경쟁입찰 형태보다 훨씬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최근 10년간 ‘BA-6853AK’ 리튬전지 납품 계약은 2014년 6월 30일 한번을 제외하곤 아리셀과 비츠로셀, 두 기업이 독점하여 제공하고 있었고 최근의 경우 아리셀이 모두 수의계약 형태를 통해 군에 납품하였다.

□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 제1항 1호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거나 경쟁에 부쳐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로서” 각 목에 해당하는 사항 중에는, ‘다’목 “방위사업청장이 군용규격물자를 연구개발한 업체 또는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따른 중점관리대상업체로부터 군용규격물자(중점관리대상업체의 경우에는 방위사업청장이 지정하는 품목에 한정한다)를 제조  구매하는 경우”가 명시되어 있다. 만일 아리셀이 방위사업청장이 정한 중점관리대상업체로 지정된 결과 단독으로 수의계약 할 수 있는 조건을 득한 것이라면, 중요 비상 물자를 납품하는 공급처 아리셀에 대한 품질 관리의 책임은 방위사업청장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또한 수의계약을 진행하더라도, 동법에 규정된 사항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계약이행의 난이도, 이행실적, 기술능력, 재무상태, 성실도 등 계약수행능력평가에 필요한 심사 기준에 따라 내  외부 심사위원의 정량  정성평가를 통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심사를 거쳐 통과한 업체만을 적격자로 선정해 입찰에 참가토록 해야한다.

□ 수사결과에 따르면 아리셀이 처음부터 조작된 데이터를 제공하였는데, 아리셀의 계약이행 능력을 제대로 평가는 하고 선정된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특히 사고 배터리를 납품하는 회사가 두 곳뿐이고, 최근엔 아리셀 만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계약 및 납품과정 전체에서 수요자인 방위사업청과 공급자인 아리셀 사이의 모종의 공모가 진행된 것은 아닌지, 특히 아리셀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중점관리대상업체’로 선정되어 단독으로 납품하도록 수의계약 한 것이라면 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의 비리는 없었는지, 누가 심사과정에 참여하여 평가하고 자문하였는지 군납비리 사건으로 보고 수사할 필요가 있다.

□ 아리셀이 납품한 리튬전지 ‘BA-6853AK’는 군에서는 가장 흔하게 쓰이는 근거리 FM무선통신기 ‘PRC-999K’에 장착되는 배터리이다. 흔히 군대에서 행군할 때 통신병이 등에 메고 있는 무전기가 바로 이 장비이다. PRC-999K는 우리 군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메인 통신기다. 국군 장병이 생활하는 생활관 행정반에도, 지휘통제실에도, 차량에도, 훈련 시 통신병 등에도, 곳곳에 이 장비가 배치되어 있다. 기존 사용되었던 니켈-카드뮴 충전지보다 리튬전지가 가볍고 효율이 높아 야전에서는 이 배터리가 선호되기까지 한다. 우리 국군 장병은 그간 통신기 배터리가 이유 없이 폭발하더라도 그저 부주의 때문이거나 혹은 단순한 배터리 사고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일선에서는 배터리가 과열되어 ‘냉장고’에 보관하는 등 폭발을 막기 위해 전혀 검증되지 않는 ‘궁여지책’으로 보관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 지금까지 드러난 아리셀의 범죄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탄약, 기름, 전자장비 등 열에 민감한 물건들이 도처에 비치된 군대에서 보관 중인 배터리의 연쇄 폭발이 일어난다면 지난 참사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의 참사가 재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애초에 업체를 선정하고 납품하는 과정에서 아리셀에게 유리하도록 판이 짜여진 것이라면 이 대형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져야한다.

□ 이 사안을 단순히 아리셀 단독의 업무방해 혐의만으로 한정하여 수사해선 안 된다.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위사업수사에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으로 수사 TF를 꾸려, 계약업체 선정 – 계약 체결 – 납품 – 품질관리 등 계약이행의 모든 절차에서 아리셀과 방위사업청 사이의 뇌물수수, 업무상 배임행위 등 방산 비리 불법행위가 없었는지 면밀하게 수사하라.

□ 또한, 국방부 역시 공급망 품질 관리에 대한 중대한 하자가 있었음을 통감하고, ‘전수조사 예정’이라는 기약 없는 예정사항을 사후 조치로 발표할 것이 아니라, 일선 부대에 배치  보관 중인 아리셀 납품 리튬전지를 지금 당장 전량 회수하고, 나머지 리튬전지에 대한 안전대책을 조속히 강구하라.

□ “이번 한 번만 대충 넘어가면 되겠지”라는 태도가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거대 참사로 돌아왔다. 2024년 현재 우리 군과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적군이 아니라 바로 우리 내부의 적이라는 경찰, 국방부는 반드시 명심하라.

□ 끝으로, 지난 6월 24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로 사망한 23명의 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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