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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오마이뉴스] 성범죄 사건 감추려 공군본부에서 벌인 어이없는 일

작성일: 2022-09-22조회: 95

성범죄 사건 감추려 공군본부에서 벌인 어이없는 일

[김형남의 갑을,병정]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특검, 공군 공보장교 기소의 의미 

공군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은 2021년 5월 31일 저녁 MBC의 단독 보도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성추행, 조직적인 2차 가해, 수사기관의 방치 속에 피해자가 삶을 마감하기에 이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자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정상적인 조직이었다면 사건이 발생한 공군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군의 관심은 다른 곳에 가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13일 '공군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 수사 결과에는 사건 공론화 직후인 2021년 6월 초 공군본부에서 벌어진 일들도 담겨있었다. 공군은 피해자 사망 원인을 '조작'하려고 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담당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결과 발표를 마치고 질문에 답변하고 있디. ⓒ 이희훈
당시는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 속에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해임까지 거론되고 있었다. 그러자 공군본부 공보담당자였던 A중령은 사건을 반전시켜보기로 결심했던 모양이다. A중령은 기자 3명에게 피해자가 강제추행, 2차 피해가 아닌 부부 간 불화로 사망한 것이란 허위 사실을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A중령은 이 중사의 선배 부사관이 이 중사와 나눈 통화 중 2차 가해를 저지른 상급자들에게 유리한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연락해 이를 확보했고, 2명의 기자에게 이를 넘겨주기까지 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299회 <81일간의 ‘지옥’-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에 출연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사람이 자살하는 과정 이것은 공군에서는 여러 가지 얘기도 많았거든요. 원인이 100퍼센트 성추행으로 일어난 걸로 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라며 이 중사의 사망에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 SBS
전 실장의 변호인 역시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예람 중사의 자살은 2차 가해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포스팅을 여러 차례 게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특검은 피해자의 휴대폰 및 상담일지, 사망 당일 피해자와 남편이 나눈 대화가 녹음된 자동차 블랙박스, 관련자 진술까지 확보해 피해자 부부가 여느 신혼부부 못지않게 친밀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수사 결과에 적시했다.

있지도 않은 부부 불화설을 창조해낸 것도 황당한 일이지만, 여러 공군 관계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사인 조작이 A 중령 개인의 일탈행위일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게다가 공보정훈실은 공군본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곳이다. 이곳에 속한 공보장교는 소위 말하는 '대변인' 같은 존재다. 대변인은 조직의 입장을 정리해 대변할 뿐 단독으로 판단하거나 입장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한 공보장교가 피해자 소속 부대와 소통하며 2차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하고, 부부 불화설을 만들어 유포했다는 정황은 공군본부의 조직적 사인 조작, 은폐 시도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우리 군의 고질적 병폐

군이 충격적 사망 사건의 사인을 뒤바꾸려고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육군 제28사단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군은 윤 일병의 사인을 선임병들의 폭행이 아닌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둔갑시켰다. 음식을 먹다 목이 막혀 죽었다는 것이다(관련기사: 윤 일병 사인 조작, 놀라운 결말... 국가의 거짓말 http://omn.kr/1zlvk).

윤 일병은 2014년 4월 6일에 선임병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다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이튿날인 4월 7일 오후 4시 30분경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런데 육군에서는 윤 일병 사망 직전인 4월 7일 오후 1시 30분에 육군참모차장 주관의 대책회의가 열렸던 것으로 보인다.
 

고개숙인 '윤일병 사망사건' 가해 병사들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리는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2014.9.16 ⓒ 권우성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윤 일병에 대한 검시는 사망 당일 밤 10시 경부터 진행되었다. 그런데 그보다 2시간 앞선 오후 7시 51분에 육군 정훈공보실(현 공보정훈실)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사인이 기도폐쇄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발표를 한다. 검시도 하지 않았는데 사인이 먼저 발표된 것이다.

이후 진행된 검시 결과는 정훈공보실의 언론브리핑 내용과 똑같았다. 윤 일병의 사인은 사망으로부터 3개월이 지난 7월이 되어서야 군인권센터의 폭로에 의해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쇼크 및 좌멸증후군'으로 바로잡힐 수 있었다. 당시 윤 일병의 유가족들은 사인을 둔갑시킨 육군 관계자들을 모두 고발했다. 그러나 이들 중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군검찰이 모두 무혐의 처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7년이 지난 2021년, 이 중사의 억울한 죽음 앞에 군은 또 다시 사인 조작을 모의했다. 다행히 보도에 이르진 않았지만, 이 중사의 죽음이 성추행, 2차 피해가 아닐 수 있다는 낭설은 계속해서 재생산 되어 망인과 유가족의 곁을 괴롭혔다.

특검은 수사 결과 말미에 '관련자들 중 상당수가 오래 지난 일이어서 기억이 없다며 진술을 회피하였고, 휴대폰 교체 또는 안에 있는 정보 삭제로 증거 수집에 애로를 겪는 등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음'이라 남겼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인 조작 시도와 관련해 특검이 기소한 것은 공보장교 한 사람이지만, 전모를 밝히는 일이 여기서 멈춰선 안된다(관련기사: '고 이예람 특검', 전익수 등 8명 기소... "직속상관 2차가해로 극단 선택" http://omn.kr/20on2).

기소하여 형사처벌하는 일이 어렵더라도 군 스스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터지면 드러내고 해결하기보다는 숨기고 감추려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우리 군의 고질적 병폐를 바로잡자면 이번 일에 있어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선 안 된다.

무엇보다 수사 결과를 보고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국방부 장관이다. 이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수사 결과에 대해 국방부는 아직 별 다른 입장이 없다. 군이 사인 조작의 오명을 벗는 길은 관련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있는 이들을 징계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군을 맴도는 조작과 은폐의 유혹을 끊어낼 때다.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866561&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