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엄혹한 현실에서 뒤늦은 찬사가 전부여서는 안 된다. 그런 숭고한 의기와 책임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또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멀고 먼 700km 행군을 마다치 않고 시작한 예비역 해병이나 이에 동참한 가족과 시민, 종교인들은 이같은 참담한 일들이 더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함께 모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번 3차 행군의 종착지를 시청 앞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로 잡았다.
모든 순서를 마치며 김태성 해병 동기회장과 임태훈 군 인권센터장은 사건 후 박정훈 대령을 여러 차례 만나는 동안, 박 대령은 자신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와 같은 자기 안위에 대해서는 한 번도 물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오직 채 상병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자기 목적임을 거듭 밝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