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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이제 널 도와줄 수 없다.’며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강감찬함 함장 - 인권위 진정 제기

작성일: 2021-11-09조회: 1950

※ 조선미디어그룹, 채널A, 아시아경제, 세계일보의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기자회견문]

참고: 군 인권침해나 군 복무에 따라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과 그 가족분들께서는 군인권센터가 시행하는 #심리상담 <#마음결 프로그램>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안내문: https://mhrk.org/notice/view?id=3002). 

‘이제 널 도와줄 수 없다.’며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강감찬함 함장

- 해군 정 일병 사망사건 관련 강감찬함 지휘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제기 -

 군인권센터는 지난 9월 7일, 해군 강감찬함에서 발생한 정 일병 사망사건을 폭로한 바 있다. 정 일병의 선임병들은 올해 2월 정 일병이 자대 배치 직후 아버지 간호를 위해 청원휴가를 나갔던 것을 아니꼽게 보고 집단 따돌림을 하였다. 따돌림은 폭언, 구타로 이어졌고 정 일병은 이를 함장 등 지휘관에게 신고했으나 가해자 처벌은 고사하고 피-가해자 분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극도의 불안 속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정 일병의 건강 상태가 급속히 나빠졌음에도, 지휘관들은 정 일병을 하선도 시키지 않고 보름이 넘도록 배에 데리고 있었다. 결국 정 일병은 뒤늦게 병가를 나갔다가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군인권센터는 이후 정 일병의 핸드폰 포렌식 결과를 입수하여 분석하였고,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방치에 가까운 지휘관들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센터는 강감찬함 함장 대령 A와 부장 중령(진) B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로 하였다.  

 

 정 일병은 2021. 3. 16. 갑판에서 근무를 보던 중 업무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선임병 상병 C로부터 폭행, 폭언을 당했다. 그날 저녁 8시 20분 경, 정 일병은 함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조심스럽게 피해사실을 신고하였다. 메시지에서 정 일병은 “일을 서툴게 하던 저를 밀치며 말했습니다. ‘씨X, 너 뭐하는데? 그럴거면 가라. 꺼져라!’그러나 저는 후임병으로서 ‘제가 맡아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저를 다시 밀치며 ‘꺼지라고 씨X!’이라고 했습니다.”이라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정 일병은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으로 자해를 하였다는 말과,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자해 충동, 자살 생각이 이따금 든다는 점도 호소했다. 말미에는 상병 C의 전출 조치를 희망하기도 하였다. 피해사실, 피해자의 상태, 피해자가 희망하는 보호 조치가 모두 담긴 메시지였다.

 그러나 함장은 바로 답장을 보내긴 했으나 즉각적인 조치는 없었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피-가해자 분리도 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날 밤, 정 일병은 가해자 상병 C를 비롯한 선임병 3명으로부터 “너가 죽어서 우리 배를 빨리 떠나면 좋겠다.”, “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홋줄 맞아 뒤지면 좋겠다.” 등의 폭언을 들었다. 신고 당일에 피-가해자 분리가 되었다면 계속되는 따돌림과 폭언으로부터 바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인데, 지휘관의 방치 속에 정 일병은는 재차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 날 함장은 피-가해자 분리랍시고 한 조치는 피해자의 보직을 변경하고, 함 내에서 다른 격실(내무실)로 자리를 옮겨준 데 그쳤다. 정 일병은 계속 가해자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 일병은 친구, 동기 등에게 메시지를 보내 환청이 들리고, 불안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심하다는 호소를 전했고, 열흘 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에 혼자 우는 상황이라고 하기도 하였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3조는 군인이 병영생활 중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한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즉시 군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함장, 부장 등은 지휘관으로서 폭언, 폭행 등 명백한 위법 행위를 보고받았음에도 군 수사기관에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은 동법 제45조가 규정한 피해자 보호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21. 3. 27.에 정 일병은 가해자들이 새로운 부서 선임들에게 정 일병과 관련한 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정 일병을 괴롭히던 이들이 부서를 옮긴 정 일병을 쫓아다니며 괴롭힌 셈이다. 피-가해자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이에 분노와 불안을 크게 느낀 정 일병은 같은 날 저녁시간 갑판에 올라가 함장에게 전화하여 상황을 보고하고 죽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함장, 부장 등은 즉시 배로 복귀하였으나 (당시 강감찬함은 정박 중이었음) 정 일병에게 가해자들과 대면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황당한 권유를 전한다. 피해자가 권유에 응했다 하더라도, 지휘관으로서 불안증세가 심한 피해자를 가해자와 대면하게 한 점, 피해자가 두 번에 걸쳐 피해를 호소하였음에도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완전히 분리시키기는커녕 화해를 주선한 점은 명백한 사건 은폐, 무마 시도에 해당한다. 이 자리에서 가해자들은 “내가 왜 네 가정사를 신경 쓰냐? 그런 거로 뒷소리 한 적 없고, 일을 못하고 하려는 의지가 없어서 그런 거다.”라며 가해 행위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였고, 정 일병은 더 큰 실의에 빠지게 된다.

 가해자들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자 정 일병은 다음 날인 3. 28. 다시 주임원사에게 전화하여 가해자들의 처벌에 관한 계획, 진행 상황 등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벌점’부과로 마무리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 4월 6일 자로 정 일병이 뒤늦게 하선하여 병가를 나가자 함장은 군기지도위원회를 열어 벌점 조치로 사건을 무마해버린다. 군기지도위원회는 형사 절차도, 징계 절차도 아니며 함장 주관 하에 함 내에서 경미한 과오를 처리하는 기구로 함장 등 강감찬함 지휘부는 이 사건을 정식 수사, 징계 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함 내에서 마무리해버린 셈이다. 「부대관리훈령」 제229조에는 구타, 가혹행위 및 언어폭력의 근절과 관련된 인원에 대한 처리 기준으로 ‘지휘관 보고, 수사, 징계 의뢰 등 적절한 조치 없이 사고를 은닉한 자는 반드시 형사처벌, 징계 등 강력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함장, 부장 등 강감찬함 지휘부는 모두 규정을 위반하여 피해사실을 은닉한 것이다.

 가해자들 속에 방치된 정 일병의 상태는 계속 악화되어 갔다. 정 일병은 강감찬함 지휘부가 가해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분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스스로 전출을 가는 길이 본인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3월 28일 저녁, 정 일병은 다시 함장에게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정 일병은 메시지를 통해 불안 증세를 구체적으로 기술했고, 자살 충동이 자주 든다는 호소도 전했다. 감정 기복이 크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업무 수행 중 이유 없이 구토, 과호흡 등이 찾아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도 담았다. 특히 이러한 증세가 가해자들을 마주칠 때마다 심해진다는 말도 덧붙였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신과 치료와 하선 후 육상 전출을 희망한다는 요청도 기재했다.

 그러나 3월 30일 정 일병이 병영생활상담관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함장은 도리어 정 일병에게 견뎌보라며 노력하기를 권했다고 한다. 정 일병은 상담관에게 “배가, 사람이 날 망친다고 솔직히 보고드렸는데, ‘의지가 없으면 안된다. 하기 싫으면 말해라. 그럼 이제 널 도와줄 수 없다.’이러시고, 저희 침실 분들 모아놓고 ‘OO(*정 일병)이가 아프니까 잘 보듬어줘라.’이랬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이제 일 잘 하는 게 힘듭니다. 너무 지쳐서, 실망해서 죽을 거 같습니다. 침실 가는 게 힘듭니다. 인간관계는 더 틀어졌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부장 역시 4월 초 정 일병이 공황 증세를 보이자 면담 과정에서 ‘잘 해보기로 해놓고 왜 또 그러냐’며 책망하였다고 한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던 강감찬함 지휘부는, 살고자 하선을 희망하던 피해자를 복무 기피 쯤으로 취급하며 불안 증세를 더욱 극대화하는 부적절한 조치만 이어갔던 것이다. 실제 이들이 취한 조치는 3월 29일 정 일병을 도움병사(C등급)으로 지정한 것 뿐이다.

 결국 정 일병은 하선을 희망했던 3월 28일로부터 1주일 뒤인 4월 5일에 국군대전병원에서 진료를 본 뒤에야 4월 6일 자로 외부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군의관의 소견에 따라 병가를 받아 하선할 수 있었다. 하선 전 1주일 간 동기와 나눈 카카오톡 내용을 살펴보면, 정 일병은 남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자책으로 구토, 과호흡, 불안 증세를 참아가며 근무에 임했고, 계속 가해자들과 마주치며 괴로워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함장, 부장 등 강감찬함 지휘부는 정 일병의 폭언, 폭행 신고를 받고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 공간에 방치하고,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았으며, 사건도 함 내에서 무마시켜버렸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2차 피해와 극심한 스트레스에 놓였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자살 충동을 호소, 전출 등을 요구하였으나 이마저도 즉각적 보호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방치된 가운데 증세가 심각해진 정 일병은 결국 병가를 나가 폐쇄병동에 입원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정 일병은 4월 1일, 병영생활상담관에게 ‘아무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배에서 폭언을 당하기 전 정상이었다는 거 정도는 알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전입 이후 정 일병의 부모에게 부장이 직접 전화하여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강감찬함 지휘부가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조기에 정 일병을 인권 침해 상황으로부터 구제하였다면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함장, 부장 등이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이와 같은 참극이 발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강감찬함 함장, 부장이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3조(신고의무 등), 제45조(신고자 보호), 「부대관리훈령」 제18조(병영생활 행동강령 위반자에 대한 처리지침), 제229조(구타·가혹행위 및 언어폭력 근절), 제236조(자살예방종합시스템 상 자대복무단계 식별), 제237조(자살예방종합시스템 상 자대복무단계 관리)를 위반, 정 일병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39조 제2항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게 하였다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면밀한 조사를 통해 강감찬함 함장, 부장에게 엄중 징계를 권고하는 한편, 해군이 폐쇄적 공간인 배에서 인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였을 시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게끔 해야 할 것이다. 

 군이 가해자의 편에서 피해자를 궁지로 몰아넣고 참극을 빚어내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국방부장관이 머리를 숙여 일곱 번이나 사죄를 해도, 해군참모총장 등이 쇄신이니 개혁을 외쳐도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계속 터져나온다. 장관 이하 군 수뇌부가 상황 모면 외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군은 절대 반성없는 사과가 얼마나 의미없는 일인지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인권위가 나서 바로잡아야 할 때다.

* [별첨] 정 일병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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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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