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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오마이뉴스] 박찬주 대장의 갑질은 정말 무죄인가... 기막힌 반전

작성일: 2020-07-23조회: 712

▲ 2017년 1월 25일 박찬주 육군2작전사령관이 육군37사단을 방문해 박신원 37사단장으로부터 사격술 예비훈련장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육군본부 홈페이지

 

2019년 가을 박찬주 대장에게 갑질을 당했던 공관병 몇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었다. 군인권센터가 2017년에 박 대장을 고발한 이후 2년 가까이 검찰이 사건을 계류시켰던 탓에 그간 따로 연락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7년 군인권센터에 공관병들의 제보가 이어질 때 상담을 했던 사건 담당자였다. 연락이 오기 얼마 전 박 대장의 부인인 전아무개씨가 공관병 폭행, 감금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고, 박 대장은 대검찰청에서 갑질 혐의에 대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관병들은 박 대장 쪽 사람이 연락해 부인의 폭행 혐의에 대한 합의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 사람이 만나기를 원해 이미 만난 공관병도 있고, 회사 앞까지 찾아와 기다린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폭행은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합의해주면 법원은 벌을 줄 수 없고, 검찰의 공소는 기각된다. 고발은 군인권센터가 했으나, 합의는 피해자의 재량이니 합의 여부에 대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할 수는 없었다. 다만 박 대장 또는 그 부인으로부터 사과는 받았는지 물었다.

사과는 없었다. 연락도 없었고, 찾아온 사람은 박 대장의 뜻은 아니고 주변 지인으로서 마음이 딱해 합의를 요청하러 왔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가해자도 아니고, 가해자 변호인도 아닌 사람이 대뜸 찾아와 합의서 작성과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며 가해자의 뜻은 아니라고 하다니 생경한 이야기였다. 박 대장 부부와 교감 없이 지인이 알아서 찾아와 합의를 본다는 것은 우스운 소리고, 사실은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지만 폭행죄로 처벌은 받고 싶지 않으니 이런 수를 쓴 듯 보였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너무 지쳐있었다. 2017년 사건 폭로 이후 검찰 조사만 같은 내용으로 3번, 이후로 2년이나 소식이 없다가 재판이 시작되자 법원에서 증인 출석 요구가 계속되던 차였다. 공관병들은 대부분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고 있어 이러한 상황이 부담스러웠고, 더하여 박 대장 쪽 사람이 자꾸 연락해 합의를 요구하는 일도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결국 공관병들은 합의에 응했다. 박 대장 부부의 사과는 끝까지 없었다.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피고 측은 4월 총선 전에 선고를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꾸준히 요청했다. 총선 예비후보였던 박 대장이 부인의 무죄 판결을 받아내 본인의 무고함을 주장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폭행 합의 이후 남은 혐의는 감금이었다. 공관병이 추운 날 다육 식물을 베란다에 둬 냉해를 입히자 박 대장 부인이 너도 똑같이 겪어보라며 공관병을 베란다에 한 시간 동안 가둬둔 일이다. 참고로 그 밖의 다양한 갑질 혐의는 현행법상 처벌할 법률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났었다.

박 대장 부인은 폭행 혐의 합의를 해줬던 공관병들을 거짓말쟁이, 행실이 불량했던 사람으로 몰아가며 감금 혐의의 무죄를 호소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3일 1심인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은 박 대장 부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불충분이 이유였다. 박 대장은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지만, 언론을 통해 본인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쏙 빼고 부인에 대한 무죄 선고를 '사필귀정'이라 정의했다. 정말 그럴까? 사건을 구석구석 뜯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검찰 수사부터 재판까지

박찬주 대장 부인 군 검찰 소환 공관병에 대한 '갑질' 혐의로 형사 입건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의 부인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군 검찰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 사령관의 부인은 공관병에게 아들의 빨래를 시키고 호출벨을 착용하게 해 '음식점의 종업원'처럼 버튼을 눌러 공관병을 호출, 공관 손님을 접대하게 한 혐의를 받고있다.

▲ 공관병에 대한 "갑질" 혐의로 형사 입건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의 부인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군 검찰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8.7

ⓒ 사진공동취재단

 

피해 공관병들을 지원하며 느꼈던 것은 우리 사회가 '갑질'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박 대장의 갑질은 일상적인 인권침해 상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군인권센터는 현직 4성 장군이 갑질을 한다는 상담을 받았다. 장군 부인의 폭력적 행태가 도를 넘는다는 내용이 주였고, 장군도 한몫한다는 내용이었다. 제보 내용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확인해본 결과 갑질을 벌인 사람은 2작전사령관이었던 박찬주 대장 부부였다. 제보가 언론에 폭로되자 박 대장은 '가족의 허물'이라며 국방부에 전역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제보는 이때부터 줄을 잇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시점에 박 대장 부부의 수발을 들었던 전역한 공관병들이 하나둘씩 신상을 밝히고 제보를 해온 것이다. 군인권센터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갑질은 박 대장이 7군단장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이어졌었고, 제보된 내용들은 마치 한 편의 막장 드라마 같았다. 공관병들이 각자 선·후임 관계로 엮여있던 터라 교차 확인도 가능했다. 모두 박 대장 부부의 행태에 혀를 내두르며 진실을 밝히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박 대장은 구속되었다.

이후 군검찰은 박 대장으로부터 피해를 본 공관병 등 11명의 병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공관 관리병 2명, 공관 조리병 6명, 관용차 운전병 1명, 공관 운전병 2명이었다.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의 손목에 호출용 팔찌를 채워 수시로 호출한 일, 호출에 빨리 응하지 않았다며 공관 1, 2층을 반복하여 오르내리게 한 일, 부대에 있는 모과를 따서 하루 안에 손질하여 모과청으로 만들게 한 일,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게 한 일, 새벽부터 일어나 공관에서 박 대장이 먹을 식자재를 농사짓게 한 일, 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박 대장이 공관병들을 일반전초(GOP)에 유배 보낸 일, 박 대장이 골프 연습 할 때 대기하다 골프공을 줍게 한 일, 박 대장 부부에게 각각 폭행, 협박, 폭언을 당한 일에 이르기까지 병사들은 구체적인 갑질 피해를 모두 진술했다.

그런데 조사를 마친 군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언론에 공표했다. 현행법상 갑질 행위가 불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러더니 며칠 뒤에는 무슨 영문인지 담당 군검사를 교체하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은 또다시 군검찰에 불려가 똑같은 내용으로 처음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러다 얼마 뒤 박 대장의 신분이 민간인으로 바뀌었고,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으로 넘어갔다. 피해자들은 또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그러고는 2년 가까이 아무런 처분도 없었다. 그 사이 박 대장은 언론에 나타나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주신 시련이라며 공관병들에 대한 무고죄를 운운했고, 피해자들은 지쳤다.

그리고 2019년 5월, 검찰은 박 대장은 무혐의 처분하고 그의 부인은 폭행·감금 혐의만 기소했다. 부부가 저지른 갑질 혐의에 대한 진술을 복수의 피해자로부터 받았지만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무혐의 처분의 취지였다. 검찰은 직권남용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공관에서 벌어진 갑질은 장군 박찬주가 아닌 사인(私人) 박찬주에 의한 것으로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를 세웠다.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에게 한 지시들은 장군과 병사 사이의 직무 관계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개인 간의 사적 지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공관병들이 용기 있게 풀어낸 증언들은 법원의 판단도 받아보지 못한 채 묻혀버렸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박 대장 부인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그나마 기소한 건들에 대해서도 군검찰과 검찰이 수사를 허술하게 해놓았던 것이다. 이는 박 대장 부인이 무죄 판결을 받은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피해자 조사의 기본은 피해가 발생한 시기와 장소 등을 육하원칙에 맞추어 배열하고, 이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군검찰과 검찰은 여러 차례 피해자들을 조사하면서 이러한 기본도 갖추지 않았다. 박 대장 부인이 공관병을 감금한 시기조차 제대로 특정하지 못한 것이다.

감금 피해를 당한 공관병은 군검찰 조사 당시 시간이 지난 일이라 정확한 피해 시점을 기억하지 못했고, 다육 식물이 냉해를 입어 감금된 것이니 2015년 가을경일 것이라 진술했다. 그런데 박 대장 부인은 2015년 가을에는 해당 공관병이 공관에서 근무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감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감금은 2015년 가을이 아닌 봄에 있었던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재판 말미에 인사이동으로 새로 부임한 공판 검사가 부실한 수사를 보강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뒤지던 중 감금 시기를 특정해줄 수 있는 증인을 찾아낸 것이다. 피해 공관병의 후임 공관병이었던 증인은 법정에 출석하여 피해자가 2015년 봄에 감금된 것이 맞고, 박 대장 부인의 주장이 왜 거짓말인지 조목조목 밝혔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의 진술에 오류가 있는 상황에서 증언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박 대장 부인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수사를 맡았던 군검사와 검사는 피해 공관병이 언제 공관병으로 근무했는지도 체크해보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고, 다른 공관병들을 다 조사해놓고 각각의 진술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술한 수사로 인해 유죄 입증의 증거를 다 갖춰놓고도 어이없이 무죄 판결의 결과를 만든 것이다.

갑질은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는 황당한 처분으로 한 번, 허술한 수사로 또 한 번. 군검찰과 검찰이 준 면죄부 덕분에 박 대장은 모함에 의해 피해를 본 순교자로 행세하고 다니고, 갑질 피해를 호소한 십수 명의 피해자들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았다. 의기양양해진 박 대장은 지난 총선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려다 고배를 마셨고, 지금은 미래통합당의 충청남도당 위원장으로 출마한 상태다.

요란했던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은 대한민국 군대에서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갑질을 해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결론뿐이다. 법은 피해자의 편이 아니었고, 몇 년이 지나도록 피해자의 편이 되어줄 새로운 법도 마련되지 않았다.

인권에 무감한 법

 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을 추진하다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을 추진하다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2019.11.4

ⓒ 유성호

 

20대 국회에서는 박 대장과 관련한 법률이 5개나 발의되었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특히 이철희 의원이 발의한 상관의 갑질 근절을 위한 군형법 개정안은 이미 형법에 직권남용죄가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토의도 되지 않고 유야무야되었다. 검찰은 직권남용죄를 갑질에 적용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입법기관은 직권남용죄가 있어 갑질 근절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한다. 황당한 논리의 틈바구니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군대에 보낸 국민만 분노하고, 피해자들은 한숨 쉴 뿐이다.

박 대장 부인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공관병은 검사가 "군 생활 중에 피고로부터 갑질을 당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이런 답을 남겼다.

"군 생활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피해 제보자 중 한 사람은 박 대장 부인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무죄 나온 건 진짜 이해가 안 되네요.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인권에 무감한 법 앞에서 갑질 피해는 '이해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박제되었다. TV 뉴스에 나와 사필귀정을 운운하며 공관의 감을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느냐고 일갈하는 박찬주 대장을 보며 지나간 군 생활을 되짚어보았을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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