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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오마이뉴스] 1월 22일, 대한민국이 발칵... 그때를 되돌아보는 이유

작성일: 2020-07-09조회: 622

성전환 변희수 하사 "훌륭한 여군되어, 나라 지킬 기회 달라"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훌륭한 여군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군복 차림을 한 변 하사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가 2020년 1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훌륭한 여군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군복 차림을 한 변 하사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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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2일 부사관 한 사람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한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대중 앞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장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터라 정작 기자회견을 준비한 나는 변희수가 커밍아웃하는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기자들의 질문 시간이 되어서야 비집고 들어가 곁에 자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변희수를 향해 쏟아지는 기자들의 물음 속에 다소 특이한 점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여군이 되고자 한 것인가?"와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난센스라 생각했다. 여군은 직업도 아니고 그저 군인 중에 성별이 여성인 자를 일컫는 말일 뿐이다. 변희수의 직업은 여전히 군인이었고, 여성이 되고 싶었을 뿐이지 여군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변희수를 둘러싼 숱한 논쟁에서 가장 어려웠던 숙제는 이 '난센스'로부터 출발했다.

지난 3일 변희수가 육군본부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제기했던 강제전역 취소 인사소청이 기각되었다. 군에서 소청을 심사하는 절차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고 변희수는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를 준비 중이다. 

커밍아웃 한 1월부터 7월까지 변희수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거셌다. 변희수를 비난하는 논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나 답하기 어려운 것은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변희수가 '하고 싶은 대로 이기적으로 군다'는 비난이었다. 국방부는 브리핑을 통해 변희수 하사가 휴가 중 수술을 하고 돌아왔고, 규정상 남성의 성기를 상실한 것은 장애에 해당하여 규정에 따라 전역시켰다고 밝혔다.

이렇듯 맥락 없는 브리핑은 상당한 오해를 낳았다. 마치 변희수가 휴가 중에 몰래 성확정 수술을 받고 부대로 돌아와 계속 군 복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른 것처럼 비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변희수는 이미 2019년부터 국군수도병원에서 군의관으로부터 젠더 디스포리아 진단을 받아 호르몬 치료를 받았고, 부대 지휘관들도 다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군의관에게 성확정 수술을 권유받아 대대장, 여단장 등에게 모두 보고, 상의하여 허락을 얻었고 구체적인 수술 일정, 병원, 수술 후 요양 기간과 장소 등을 모두 기재한 국외여행허가서를 군단장에게 상신했다. 군단장은 당시 육군참모총장에게 이를 대면보고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성확정 수술을 이유로 전역을 시키려 했다면 지휘관에게 수술 의사를 밝힌 변희수는 바로 현역부적합심의에 회부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지휘계통을 통해 빠짐없이 수술 계획을 보고하는 동안, 변희수는 단 한 번도 수술 하러 가면 전역 시킬 것이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없고 오히려 응원을 받기까지 했다.

불공정이라는 뜻하지 않은 난관

하지만 난관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동료 여군들이 불편해 할 것이라는 주장이 그랬고, 상대적으로 선발 경쟁률이 낮은 남군 부사관으로 입대하여 선발 경쟁률이 높은 여군이 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그랬다.

다행히 전자는 논쟁이 가능했다. 사실 정체불명의 한 군 관계자가 언론에 흘린 말 외에 여군들이 변 하사와 같은 공간을 쓰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는 말은 지금껏 들어 본 바가 없다. 오히려 변 하사와 함께 복무했던 여군들은 아무렇지 않다고 했고, 직접 언론 인터뷰까지 나서 변희수를 응원했다.

압도적 다수의 남군들과 생활하며 숱한 성희롱과 차별을 당할 때는 신경도 쓰지 않더니 갑자기 트랜스젠더 한 명으로 인해 여군의 삶이 대단히 불편해지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이 불쾌하다는 여군도 있었다. 트랜스젠더 군인 이슈에 괜히 여군 인권을 들러리 세워 혐오를 정당화하는 이들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후자는 다소 결이 달랐다. 트랜스젠더인 것은 상관 없지만, 여군으로 복무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들의 주장대로 남군에 비해 여군의 선발 경쟁률이 치열한 것은 사실이다. 남군은 평균 3:1, 여군은 8:1 정도다. 전체 간부 중 여군의 비율이 6.8%(2019년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2022년까지 전체 간부 중 여군의 비율을 더 높인다지만 목표 비율은 8.8%에 불과하다. 애초에 들어가는 문이 좁으니 경쟁도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발 경쟁의 치열함이 변희수가 군 복무를 중단하고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되긴 어렵다. 이는 마치 농어촌 거주자만 지원할 수 있는 대학 입시전형으로 합격한 사람이 재학 중에 도시로 이사를 갔다는 이유로 자퇴하고 새로 시험을 봐서 다시 입학하라는 이야기나 논리 구조상 다를 것이 별로 없다.

남군과 여군은 모집 단위가 다를 뿐이지, 군에서 맡은 역할이 다른 것이 아니다. 1989년 '여군 병과'가 폐지된 이후로 여군만을 위한 특수한 병과나 보직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2014년부터는 여군 배치를 제한하던 기갑, 포병, 방공 병과에도 여군이 임관할 수 있게 되었으며, 2018년부터는 최전방 접경, 강안(江岸) 지역에도 여군 중·소대장이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변희수는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했다.

현행 제도하에서 그녀가 남군인지, 여군인지는 임무 수행에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별이 여성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여군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얻어 이전과 다른 군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여성이 직업군인이 되기 어려운 구조적 현실과 멀쩡히 복무하던 변희수가 성확정 수술 후에도 계속 군인으로 복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분명히 별개다.

하지만 이 '난센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대개 공정성 시비로부터 파생하는 사회적 박탈감은 불만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해소될 수가 없다.

우리 군은 3군 사관학교 수석 졸업자를 여생도가 휩쓰는 시대에 사관학교 여생도 입학 정원 상한까지 촘촘히 정해두며 여군 총원 비율을 제한한다. 대부분의 여군에게 상위 계급으로의 진출은 여전히 유리천장으로 막혀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뿐인가. 온 나라 곳곳의 병영에서는 요즘 뒤늦게 여자 화장실을 짓느라 정신이 없다. 여군들은 아직도 막사에 변변한 여자 화장실이 없어 이 건물 저 건물 찾아다니거나 눈치껏 남자 화장실을 쓴다. 하지만 이 불편이 변희수의 탓인가?

약자끼리 싸우게 만드는 사회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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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약자들을 충돌시켜 구조적 문제를 가린다. 어떤 이들은 충돌을 방조하고, 부추기며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왜곡한다. 변희수의 커밍아웃에 실체가 불분명한 여군의 불편함을 대치시킨 국방부가 그랬고, 별다른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떳떳하다면 여군으로 재입대하라며 목소리를 높인 예비역 장성의 일간지 기고문이 그랬다. 이들은 여성이 소외되고 소수자가 복무할 수 없는 군대에서 얼마 안 되는 몫을 두고 서로 물어뜯고 싸우게 만든다. 현상 유지에 이만큼 손쉬운 해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저간의 세상사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들을 종종 읽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이슈에서도 그랬다. 우리 사회는 구직 경쟁에 신음하는 청년들과 한치 앞의 삶도 내다보기 어려운 비정규직을 충돌시킨다. 답이 나오지 않는 논쟁은 사람을 소진시킨다. 

변하는 세상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일을 낡고 게으른 갈등의 틈바구니에 질식시키는 이들이 심히 우려스러울 뿐이다. 변희수는 오늘도 세상 풍파에 맞서지만 싸움이 끝날 무렵에 그녀가 너무 지치지 않길 바란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56669&PAGE_CD=N0002&CMPT_CD=M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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