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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후원회원 인터뷰 #3. 안미자 회원님

작성일: 2019-04-29조회: 685

안미자 회원님은 2014년 발생한 ‘윤 일병 구타·가혹행위 사망 사건’의 피해자 故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이십니다. 현재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끔찍했던 사건이 군인권센터를 통해 세상에 밝혀진 이후 우리 군이 많이 좋아졌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군인권센터 활동가들은 항상 윤 일병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으로 살아갑니다. 지난 4월 7일은 윤 일병이 우리를 떠난 지 5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윤 일병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해주고 계신 안미자 회원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윤승주 일병은 어떤 아들이셨나요? 

승주의 기일이 2014년 4월 7일이니깐 벌써 5년 전이네요. 승주 사건이 일어나고 친척에게도 알리지 않았어요.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승주가 군대 가고 이사를 갔는데 2개월 후에 사건이 벌어져 다시 이사를 가기도 했어요.  

승주는 정말 효자였어요. 방학 때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번 돈을 모아서 저에게 용돈까지 줬어요. 돈을 주면서 “엄마 걱정하지마!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던 아이었어요. 승주가 입대할 무렵이 제가 하던 사업이 힘들었을 때였어요. 승주는 그 때 부모 생각해서 군에 입대를 한 것이에요. 승주는 간호대학에 다니던 중이라 대학을 졸업하면 간호장교로 군에 갈 수 있었는데 의무병으로 가야 취업에 유리하다고 해서 1학기를 남기고 의무병으로 입대를 했어요. 나중에 과 친구들에게 들은 말이지만 승주는 과 대표를 했었는데 의젓한 모습 때문에 별명이 “승주엄마”였다고 해요. 

Q. 윤 일병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입대일은 2013년 12월 9일이었어요. 논산 육군훈련소로 갔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입소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병장에서 바로 헤어졌어요. 그리고 몇 주 후에 의무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수료했다고 하길래 면회를 갔어요. 교육 마치고 면회 시간에 잠깐 목욕하고 고기를 먹이고 헤어진 것이 승주와의 마지막 순간이었어요.  

승주는 28사단 77포병연대 의무실에 자대배치를 받았습니다. 승주가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 그러니까 4월 5일에 부대에 체육대회가 있어서 면회가 가능했습니다. 면회를 가려고 승주와 연락을 시도했는데 4월 3일까지도 연락이 안 되어서 행정반에 전화했고 그제서야 승주하고 통화할 수 있었어요. 승주는 부대가 비상이라고 면회를 오지 말라고 말했어요. 뭔가 눈치를 보면서 통화를 하는 듯 했어요. 승주가 좋아하는 과자, 갈비찜을 다 준비해놓았는데 면회를 결국 못 갔습니다. 선임들이 구타한 것 때문에 엄마를 못 오게 한 것 같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는 것을 빌미로 또 구타를 한 것으로 보여요.  

그러다가 4월 7일에 행정보급관에게 연락이 왔어요. 승주가 만두를 먹다가 체했는데 양주병원으로 후송시켰다고 했어요. 그러다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소대장이 양주병원아니라 의정부소재 민간병원으로 옮겼다고 했습니다. 훈련소 끝나고 면회 때 마지막으로 봤던 승주를 다시 본 건 의정부로 옮겨졌을 때였습니다. 승주는 온갖 의료장비를 몸에 달고 있었어요.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으면 음식을 먹다 체했을까”하는 마음으로 의정부로 달려갔는데 승주를 보니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어요. 승주는 그렇게 하루를 버티다 오후 4시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승주가 버티는 동안 승주가 좋아하던 찬송가를 불러 주었는데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친구들도 어떻게 사고를 알았는지 목소리를 담아 보내주었어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는 정상혈압까지 회복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었어요. 그러나 승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운명했어요.

  

Q. 군인권센터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셨나요?

사건 이후 많은 단체에서 연락이 왔었지만 모두 끊어버렸어요. 저는 정치적 성향이 당시 보수적이라 시민단체들을 불신했어요. 그리고 군대를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사건을 잘 해결해줄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 밖에는 누구와도 접촉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되었는데 가해자는 당당하게 웃으면서 재판에 임하더라고요. 정말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7월에 임태훈 소장과 연락이 닿았어요. 임 소장은 저에게 수사기록을 보았는지 물어보았는데, 처음에는 시민단체 이런 것을 싫어해서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승주 누나가 군인권센터에 가서 수사기록을 봐야 한다고 강하게 저를 설득했고 결국 딸과 같이 가서 수사기록을 보았어요.  

그렇게 군인권센터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군인권센터가 보여준 수사기록에는 승주가 당한 가혹행위가 시간 순서대로 적시되어 있었어요. 그 끔직한 기록을 처음으로 보고 그 전까지 했던 생각들이 완전 바뀌었어요. 군이 나를 속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가 세상을 헛살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승주가 그렇게 선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을 군인권센터 덕분에 알 수 있었어요. 군인권센터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른바 “윤일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 재판 당시 윤 일병 부친과 안미자 회원님, 임태훈 소장 (왼쪽부터)>

  

Q. 지금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신가요?

지금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승주의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간부들을 징계하지 않은 정부에게 손해배상 청구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1심 진행 중이고요. 이 재판은 개인적인 의미도 있지만, 군 사고를 은폐하고 관련 간부를 징계하지 않은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첫 소송이기에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이 재판을 반드시 승소해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습니다. 

 

Q. 군인권센터는 어떤 단체라고 생각하세요? 

한마디로 ‘군인의 숨통을 틔워주는 곳’이라 생각해요. 아직도 군인권센터가 국가기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지인의 아들 부대 행정보급관이 지인에게 윤 일병 사건 이후로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고 해요. 승주로 인해서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고 해서 그것을 위안으로 삼아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군인권센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군인권센터는 정말 고마운 단체이고, 군인권센터 식구들은 저에게 은인입니다. 그래서 제가 또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Q. 군인권센터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운영위원 되기 전에 있었던 일로 알고 있어요. 3군사령부에서 승주와 관련된 군사재판이 있을 때 마다 군인권센터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재판참관인들을 데리고 왔던 것이 정말로 기억에 남아요. 군사재판에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방청을 온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지금도 신기합니다. 그 때 일들이 인상 깊었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느낍니다. 아, 재판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한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종종 열리는 군인권센터의 군 관련 폭로 기자회견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일병 사건 재판을 참관하기 위해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는 시민들> 

  

Q. 군인권센터 후원을 고민하시는 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아직 대한민국에 후원 문화가 정착이 안 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최근에 타 단체에서 후원금을 유용해서 후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시민단체의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 생각해요. 대부분의 단체는 투명하고 공정하고 운영되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일탈로 전체의 인상이 안 좋아졌어요. 저는 어려움을 겪어 봐서 시민단체의 소중함을 알고 있고, 그 시민단체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후원의 소중함을 알아요. 후원, 이건 돈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후원은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에 할 수 있어요. 

 

Q. 마지막으로 군인권센터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군인권센터에서 사건이후 남겨진 부모들에게 모임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고, 울타리가 되어줬으면 합니다. 피해를 겪고 나면 많은 경우에 건강이 나빠지거나, 가정이 무너지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하곤 합니다. 그래서 트라우마와 가정해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군인권센터에서 그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군인권센터가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운영위원으로서 보기 좋고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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