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응급’ 방치하는 군대 [똑똑! 한국사회]
방혜린 |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
지난 9월2일 대구 수성못에서 육군 대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총기를 이용한 자살로 추정된다. 안 그래도 부쩍 자살·자해 관련 상담이 잦아졌다는 것을 느낀 요즘이다. 아직 2025년이 다 지나지 않아 실제로도 증가했는진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간접적인 수치로는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몇가지 있다.
청소년 정신건강 통계는 예비입영자의 상태를 가늠하기 용이한 통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청소년 자살률이 1위이고, 2015년 대비 약 10년간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2023년 기준). 한국 내 통계로 좁혀도 10대 청소년의 자살률은 연령별 인구 대비 가장 높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해마다 실시하는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서도, 우울감 또는 절망감을 호소하는 학생은 27.7%,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사람은 응답자의 4.8%에 이르렀다. 2023년 경찰통계연보 기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자살한 사람은 전체의 37.6%로, 자살사망자의 자살 전체 원인 중 1등을 차지한다.
군인권센터에서는 장병 정신건강과 관련해 살펴볼 수 있는 상담 유형으로 자해자살, 부적응, 현역 부적합 세 항목에 대해 관리한다. 2024년 이 세 상담의 총합은 136건이었는데, 올해는 8월 기준 이미 115건이 접수됐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정신건강 관련 상담은 대략 172건 정도로 예상된다. 작년에 견줘 마음이 아파 더 이상 복무하지 못하겠다고 호소하거나, 혹은 죽음에 이를 위험이 있는 장병이 40명 더 늘어났다는 뜻이 된다.
나종호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자살 시도는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충동에서 비롯되며, 충동은 삽시간에 밀려왔다가도 곧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선 예방도 예방이지만, 충동이 가라앉을 때까지 살피고 장기 치료로 연계될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상담 지원을 받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이렇다 할 방법도 찾지 못한 채 자살로 생을 마감하거나 자해로 망가지는 군대. 자살 위기라는 응급상황에 내몰려도 영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은 전무한 군대. 이 수많은 아픈 군인들, 그래서 죽음의 문턱에 있는 군인들을 과연 어떡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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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765327?sid=110